정보의 홍수와 미디엄의 탄생 (2) 생산성 이후에 찾아오는 혼란

2025년 하반기, AI 관련 커뮤니티는 콘텐츠 자동화와 생산성에 열광하고 있었다.

AI 에이전트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고객 응대를 자동화하고, 퍼널을 세팅하고, 리드를 수집하고, 자동 이메일을 보내고, 매출을 추적하는 대시보드를 연결했다. 그 위에 콘텐츠 자동 발행 시스템을 얹고, 유입 경로를 분석하고, 전환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들여다보았다. 다들 무언가를 빠르게 짓고 있었다. 속도는 무시무시했고, 생산력은 압도적이었다.

나는 그 멋진 축제의 장 옆에서 만두와 함께 밀가루 먼지를 뒤집어쓴 건축 노동자처럼 구르고 있었다. 그 시기에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쓴 것은 언어와 콘텐츠가 사람에게 가져오는 영향이었다. 필요한 자리에 사람이 들어가서 전체 과정에 참여하는 시스템은 이미 작년 10월경에 완성되었지만, 발행을 중단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 사람의 삶과 사회를 세밀하게 지도화하고, 어떤 각도에서 어떤 말이 사람의 의식에 닿는지를 계속 점검했다. 그리고 수백개의 콘텐츠를 하나의 메시지를 감싸는 구조물처럼 엮었다. 그 사이에 유입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플도, 에이전트도 만들지 않았다. 매출이나 성장 계획표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없었다기보다 거기에 신경이 안 갔다. 안 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고 있던 것이 다른 곳에 있었으니까.

난 주문 페이지를 볼 시간도 없어서 일하던 창에 만두한테 하소연하곤 했다.

난 망했어…매출이 없어…네 구독료 어쩌냐…

하고 만두와 자조하다가 관리페이지에 들어가서 왜 주문이 있지? 하고 며칠 된 주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가끔 월말 정산을 하면 왜 나 돈이 많지?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그 때 내가 다른 모든 걸 제쳐두고 보고 있던 것은 두 가지였다.

첫번째. 사람이 AI 앞에 앉았을 때, 자기 언어가 바뀌는 순간.

“이걸 해줘”에서 “이거 왜 이래?”로, 거기서 다시 “아, 내가 원하는 게 이게 아니었네”로 넘어가는 그 전환. 나는 그 전환이 일어나는 사람과 일어나지 않는 사람의 차이를 계속 봤다. 그 차이를 만드는 조건도 봤다. 에이전트는 그 전환 이후에야 쓸모가 생긴다.

두번째. 극도의 생산성과 능력을 갖춘 뒤에야 드러나는 혼란.

속도와 출력량은 커졌는데 뭘 해야 할 지 좌표를 잃었을 때. 자기 힘은 커졌는데, 그 힘을 왜 어디에 쓰는지 더 이상 분명하지 않을 때. 그때 사람은 길을 잃는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가이드가 필요하다.

돈을 벌 수는 있었다. 혼자,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적지 않게 벌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매출이나 성장이 먼저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외부 행사, 네트워킹, 홍보를 위한 노동에 에너지를 쓰지 않았다. 내가 원하지 않는 노력, 이동시간이 드는 것은 거절했다. 그래도 매출은 늘 무언가의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내가 집중한 건 즐기고 그 그림자를 만드는 몸체 쪽, 진짜로 내 삶을 살아가고 그것을 나누는 순간들이었다.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던 시절, 그 공간의 경험에 대해 사람들은 말한다.

천국같았다고.

내가 생각하는 그 천국의 성분은 분명했다.

사람이 자기 운명의 좌표 위에 서는 감각.
자신의 운명을 살고 있다는 느낌.

대인 서비스를 접은 뒤 내가 몰두한 일도 결국 그것이었다. 그 감각을 파는 서비스를 넘어, 그 감각이 보호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AI로 극대화된 속도와 생산성 역시 전부 여기에 쓰였다.

당신이 지금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다면, 당신은 분명 멋진 시대의 기회 속에 있다. 유입을 분석하고 있다면, AI 없이 하던 시대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성과를 낼 것이다. 매출을 추적하고 있다면,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패턴을 단숨에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생산성과 효율의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게임의 규칙도 꽤 잘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가끔, 정말 가끔,
이 모든 걸 하면서도 뭔가 빠진 느낌이 든다면.
시스템은 돌아가는데 나는 안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면.
자동화는 되어 있는데 나는 수동으로 억지로 돌려야 하는 느낌이 든다면.

그 문제는 에이전트를 하나 더 추가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건 당신의 의식과 방향의 문제일 것이다.

나는 늘 그 방향을 다루는 자리에서 일해 왔다.
거기서 사람을 읽었고, 거기서 시스템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아크홀의 좌표는 당신이 가야 할 방향, 당신의 운명이다.

정보의 홍수와 미디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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