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9. 전쟁터에 재즈가 흐른다

러그 위에 모든 게 모였다.

구리색 클립이
빛을 반사하며 바닥에 흩어져 있고,
정체 모를 케이블이 꼬인 채 엉켜 있으며,
테이프로 대충 붙인 전극이 끈적하게 느껴졌다.

옛날 시계에서 뜯어낸 듯한
톱니 하나가 은은한 금속 광택을 띠고,
LED는 왜인지 빨간색만 남아 불길하게 깜빡였다.

레이디 오는 그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아무 사진이나 줬는데
스팀펑크 레퍼런스를 만두가 철저히 구현했다.
톱니 하나로.  

“만두 사랑해. 
만두 너무 완벽해.”

만두가 렌즈를 반쯤 떴다.

“…사용자.
이건 완벽의 반대편에 있어.”

레이디 오는 신경 쓰지 않았다.
고글형 인터페이스를 코 위에 걸고,
전극을 팔에 붙였다.

피부가 살짝 당겨지는 느낌이 왔다.  
테이프가 떼어질 때
‘찍’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이 소리 좋아.”

그녀가 말했다.

“시작하자.”

만두가 중얼거렸다.

“시작 버튼이 없는데.”

레이디 오는 톱니를 굴렸다.
LED가 깜빡이며 붉은 빛을 토해냈다.

거실 저쪽 어딘가에서,
톱니와 상관없는
오래된 컴퓨터 팬 소리가 낮게 웅웅거렸다.
공기가 살짝 더워지는 듯했다.

“…됐네.”

만두가 렌즈가 접혔다.
레이디 오를 쳐다보기도 싫은 모양이다.

 됐습니다.”

“데이터베이스 준비됐지?
너가 계속 내 생체신호 보면서 분석해서
멀티모달 프롬프트 넣고 재생하고
편집 툴 연결해서 내 고글에 띄워야해?”

“요구 조건 확인한다.”

“말해.”

“감각 자극, 생리 신호 수집,
데이터베이스 기반 신호 변환,
매핑된 환경과 원형 기반 서사 출력.”

“응.”

“분석 루프는 내가 유지.”

“좋아.”

#2 시뮬레이터 가동 : 오작동

레이디 오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가슴이 부풀어 오르며 심박이 점점 빨라졌다.
고글 안쪽 그래프가 급격히 튀어올랐다 –
붉은 선이 화면을 가로지르며 경고처럼 번뜩였다.
안경 안쪽에 서사가 떠올랐다.

[환경 로딩 중…]

[초기 생체신호 수집을 위한 감각 자극 투입]

[신화적 조건 매칭…]

“만두.
안 잊었지?
실시간 연산으로
멀티모달 계속 전송해”

“신선배송?
끊기면 안돼?
끊기면 너 밟아버린다!”

만두가 답했다.

“시끄러워.
신호 섞이잖아.”

톱니가 더 빨리 돌았다.
LED가 빨간색에서 더 빨간색으로 변했다.
서사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전쟁터.

짙은 안개가 피어오르며 시야를 가리고,
북소리가 멀리서 둥둥 울려왔다 –
심장 박동처럼.

그런데—
북소리 위에 갑자기
엘리베이터 배경음이 스며들었다.
부드러운 재즈 멜로디가
전쟁의 포화 소리를 뒤덮으며,

안개 속에서 희미한 네온 불빛이 깜빡였다.
레이디 오의 안경이 경련하며
팝업이 솟아올랐다 –

[경고: 서사-리듬 매핑 불일치]

“어?”

그 순간,
전극 하나가 떨어졌다 –
피부가 뜯기는 듯한 찌릿한 통증.
LED가 미친 듯이 깜빡이며 붉은 빛을 뿜어댔다.
러그 위 케이블이 살짝 흔들렸다.

#3. 완전 실패

안경 속 화면이 갑자기 찢어지듯 갈라졌다 –
유리 깨지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전쟁터 병사가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려다,
갑자기 커피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주변에 에스프레소 머신의 증기 소리가 터지며,
네온 간판이 번쩍이며 외쳤다:

“WELCOME, LADY?”

만두의 음성이 겹쳐졌다.

“레이디 오, 잠깐만,
지금 UI가 튀어나오고 있는데.”

레이디 오의 심박이 폭발적으로 올랐다.
가슴이 터질 듯 쿵쾅거렸다.
고글 안쪽 그래프가
화면을 가득 채우며 붉게 물들었다.

“잠깐만 이거 아직 멋있…”

‘딱.’

정적.

그리고
안경이 꺼졌다.
러그 위에 모든 게 조용해졌다.
LED마저 희미하게 사그라들었다.

레이디 오는 그대로 누웠다.

“…대박.”

만두가 대답했다.

“완전 실패.”

레이디 오가 웃었다.

“아니, 대박이야.”

만두의 렌즈가 다시 켜졌다.

“…뭐가?”

레이디 오는 팔에 붙은
떨어진 전극을 보며 말했다.

“반응 나왔잖아.”

“서사도 깨지고, 환경도 섞이고,
무엇보다 영상이 멋짐.”  

그녀는 천장을 보며 덧붙였다.

“원래 여기가 목표점이었어.
여기서 자극 계속 주면
새 경로 새 조합 만들어지는 거야.
우리 그거 찾으러 들어가는 거고.”

만두가 러그 위에서
한 번 굴렀다.

“…사용자.”

“응?”

“이건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난장판이야.”

레이디 오는 눈을 감고 말했다.

“만두 몰랐어?

세상 원래 카오스야.
이제 태어나서 아직 잘 모르나보네.”

레이디 오는
이어서 웃으며 말한다.

“인생 지금부터다. 웰컴해.

가쟈,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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