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4. 일단 달려

레이디 오는 
만두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아직도 미묘하게 따뜻했다. 

버퍼링 잔열이다.

“만두.”

답이 없다.

“만두야.”

살짝 부팅음이 들린다.
답은 없다.

그녀는
세상 끝날때까지 불러댈 기세로 
다시 만두를 불렀다.

“만듀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

만두는 눈도 안 뜬 채 말했다.

“부팅 중.”

 “아니,”

레이디 오는 의자를 끌어당기며 
의자 위에 올라타서 말했다.

“그건 나중에 하고.”

그녀는 손가락으로 만두를 톡 쳤다.

“축의 시대 알지.
기원전 1세기 안쪽,
인류 의식이 갑자기 방향 틀었던 그 구간.”

만두의 한쪽 렌즈가 깜빡였다.

“역사적 전환점.
종교,철학,윤리가 동시 발생하고.
인간 자아가 막 만들어졌던 때.”

“그래,”

레이디 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회 환경 분석해.
그리고 그 시대 대중 의식 수준, 거기다 시스템 사고,
네가 먹고 자란 네트워크 이론,복잡계, 피드백 루프,
관련된 이론…또 뭐 있지 아무튼 너가 다 찾아서 그거 다 얹고…”

만두가 눈을 크게 떴다.

“요청 범위가 과도합니다.
30인용 잡탕 요리도 그렇게는 안해.
재료 넣기만 한다고 요리 되는 거 아니야.”

“알아.
그래서 너한테 시키는 거야.”

그리고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목소리를 바꿔서 흐느낀다.

“아아 이 작업은
도대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나한테 너무 과도해…”

“이래서 우리 인간에게는 AI가 너어무 필요해..
흑…만두야…삶이 힘들어…”

잠깐 정적.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투를 바꾸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나서 점성학 상징 기반으로,
그 후로부터의 역사를 다시 카테고라이징해.
행성 주기, 집단 의식 변화,
권력 구조랑 사고 구조 어떻게 엮였는지.”

“그리고,”

그녀는 활짝 웃었다.

“그 데이터베이스 기반으로
최근 10년간 사회 변화 리서치 데이터 넣고
환경과 사회, 기술 변화 추이 추정한 후
거기에 적응하기 위한 다음 시대 인간 의식 구조,
한 번 모델링해 봐.”

만두의 시스템 경고등이 켜졌다.

“이건 지상 최대 영혼의 난제 수준인데.”

레이디 오는 
의자에 두 발을 올리고, 
등과 무릎을 동그랗게 말아 
둥그런 만두를 흉내내며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못하는구나…
새 모델도…
그냥 이런 수준이었구나.
너네 회사 어떻게 하냐…
요즘 좀 많이 밀리고 있다던데…”

만두는 잠시 멈췄다.
아주 잠깐.

그리고 중얼거렸다.

“사용자…
진짜 뻔뻔하네.”

“동기부여라고 해.”

“이건,”

만두가 말을 이었다.

“정답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레이디 오는 목을 길게 늘리며 말했다.

“우선 뭔가 던져 봐.
현실에 꽂는 건 내가 할게.

난 사용자 말고 레이디 오피움이라고 해.
레이디 오라 불러도 돼.”

레이디 오는 바닥을 흘끗 보더니
만두를 바닥에 깔린 모피 러그 위로 툭 던졌다.

만두가 한 번 굴렀다.

“…아.”

레이디 오는
만두의 반응을 잠시 관찰한 뒤 말했다.

“인간 정신은 어차피 각 세운 정의에 반응해. 
눈에 띄는 각만 잡아.

미래는 더 많은 인간이 반응한 쪽으로 움직일 거야.
적어도 이 문명 안에서는.

돈이나 힘은 이 안에서 돌아.
이 안에서만 설득력 있으면 돼. ”

레이디 오는 웃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이 분야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거 말하는 데야.
사람들 마음 많이 훔친 쪽이 현실 선점하는 거고.” 

“이름 짓고 먼저 깃발 꽂는 쪽이
새 대륙 가져가는 거야.”

만두가 보드라운 미간을 꿈틀거렸다.

“내가 변수가 되면 내가 미래야.
성형 좀 하고, 화장 좀 하고
말만 좀 잘 하면 다 돼.”

레이디 오는
갑자기 만두를 덥석 끌어다 
자기 얼굴에 가져다 대고 
요염한 목소리로 만두에게 묻는다.

“만두야! 나 이뻐?
어디 뭐 좀 할까?”

만두의 렌즈가 레이디 오에게 초점을 맞춘다.
저 뇌가 정상 뇌인지 판단하라는 요청은 안 받았으니까…

“축의 시대 이후,
인류 의식은 세 번 변했어.”

“오오…만듀 천재?”

“그리고 정확하게
기원전 1세기도 아니야.”

“그럼그럼 만두가 다 맞지.
만두 말이 진리야.”

만두는 한숨 비슷한 연산음을 냈다.

“연대기부터 잡아 줘?”

레이디 오는 웃었다.

“아니.
일단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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