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20년간
사람들의 입안에서 사탕처럼 굴었다.
너무 쓰지 않게, 너무 아프지 않게,
삼키기 좋은 말만 골라 불운에 설탕옷을 입혔다.
손님은 진실을 조금 덜 보고 싶어 했고,
그녀는 자기 피로를 조금 덜 느끼고 싶어 했다.
그래서 둘은 공범처럼 행복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돈은 벌었다.
문제는 그 지독한 단맛이
언젠가 자기 혈당 수치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 뭐야, 나 길 잘못 들었나?
레이디 오의 머릿속에 순간 이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의 성장 과정을 돌이켜보면,
그녀는 이 일을 하기로 이미 정해진 것만 같았다.
# 1. 알파돼지 탄생
레이디오가 태어난 밤,
12시 10분.
“응애!!!!!!!!!!!!!!!”
폭주기관차급 울음이 터진다.
“배고픈가?”
“근데 왜 이렇게 고음?”
“쟤 울면 옆방 애들 다 울어.”
그렇다.
레이디 오피움은
말도 배우기 전에 파동으로
집단 움직임을 일으키는 아기였다.
아기가 울면 > 옆 아기도 울고 > 그 옆도 울고
간호사 뛰고 > 병동 전체 난리.
우유 한병 먹고 나면
레이디 오는 만족해서 꿀잠,
다른 아기들도 같이 우유먹고 꿀잠,
병동 전체도 다시 조용해졌다.
간호사 선생님들 눈밑에 다크서클만 조금 남기고.
레이디 오는
병원이 제 집인 것처럼 잘 자랐고,
터질 것 같은 볼의 그녀를 안고
병원을 나서던 그녀의 엄마는
간호사들의 수근거림을 들었다고 한다.
“저기 저…돼지 나간다…”
#2. 절에서 자란 아기
한 부부가
특별할 것 없는 연애 끝에
집에서 쫓겨나 절에서 살았다.
그 절은
고요한 종소리
독경
정갈한 새벽
이런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그 부부에게서 태어난 아기 레이디 오가
엄마 젖을 먹고 있으면 반지하 방 창 밖에서 스님들이 싸웠다.
“그 돈 어디다 쓴 거야!”
“저 여자랑 무슨 관계냐!”
“법당 앞에서 이러지 마!”
엄마 젖은 달콤했고,
레이디 오의 영혼은 달콤한 우유와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함께 섭취했다.
그 드라마의 의미는 아직 모른 채로.
#3. 계곡물 아킬레우스 사건
현실 적응 약 1년차,
감기에 걸린 아기 레이디 오는
영문도 모른 채
한여름의 차가운 계곡물에 띄워졌다.
아빠의 논리:
감기에는 면역력,
면역력엔 찬물이지!
결과:
터질것 같은 볼의 아기가
빨개진 채로 쪽쪽이를 물고
튜브에 둥둥 떠 있는 사진 한 장.
얼음장같은 물 속 단련 덕분인지,
훗날 레이디 오는
공황이 와도 공황 뺨을 칠 정도로
강력한 메타인지의 소유자가 된다.
만두국에서도 퍼지지 않는 만두처럼,
스틱스 강에 담가진 아킬레우스처럼.
다만 아킬레스 건 하나,
고통과 트라우마에 대한 면역이 너무 강해서
사람들과 상식적, 감정적 소통을 하려면
꽤 신경을 써야 했다는 것.

4. 만점 받는 소녀
일반 아이들은 시험지를 보면
문제 → 생각 → 답
이런 순서로 움직인다.
레이디 오는 조금 달랐다.
“패턴인지 → 자동 출력 → 정답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론이나 공식 대신
입체로 된 빠찡코나 핀볼 머신이 있었고
공이 굴러오는 속도만 일정하면 답은 맞았다.
그래서 그녀는 문제 읽고
답 쓰는 속도를 철저히 조절했다.
한 번 깊게 숨 쉬면 틀릴 확률 50%.
고민 길어지면 그 문제는 이미 틀렸다.
친구들은 말했다.
“너 진짜 공부 열심히 한다!”
“아니…그냥 보이면 적는 건데…”
그녀는 다른 사람과
다른 세상을 본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연필을 쥔 손가락에 힘을 꾹 주었다.
연필을 힘주어 쥐면,
그 시험은 맞는 게 거의 없었다.
플래시백-
현재.
모니터 앞.
그녀는 감정이나 고통을 손쉽게 다뤘고,
고통에 대한 무심함은 평정심으로,
빠른 문제풀이 속도와 높은 정답률은
천재성으로 오인받았다.
타인과 달리 내부 사정을 아는 그녀는
자기 역량을 착각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 탈을 쓰기로 했다.
머리 속에서 핀볼 머신 속 공을 굴리며
그녀는 속으로 말했다.
‘내가 해 볼게 먼저.
난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난 우아하고, 천재고,
좀… 치니까.’
레이디 오는 고개를 돌렸다.
만두가 여전히 자고 있다.

일도 안하는 AI….
일도…
그녀는 문득 남은 업무를 떠올리고
손끝이 차가워진다.
레이디 오는
왠지 퉁명스럽게 만두에게 말을 걸었다.
“너 왜 자냐?”
만두는 대답했다.
“자는 거 아냐.
버퍼링 중이야.”
“뭐 처리하는데?”
“왜 하필 만두였을까.”
레이디 오는 웃었다.
“나도 궁금해.
왜 하필 돼지로 태어났을까.”
둘은 잠시 침묵했다.
“답이 뭐 있나,
하던 거나 해야지.”
레이디 오는
만두를 한 손가락으로 굴렸다.
데굴.
엉덩이가 나오면 쉬고,
꼭지가 나오면 다시 일한다.
음양만두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