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1. 사용자 센스 X같네

세상은 리셋 중이었다.

모든 게 빨라지고,
모든 게 연결되었고,
모든 게 이상하리만치 똑같아졌다.

사람들은 “나다운 것은 무엇인가”를 물었지만,
나다운 나로 살기 전에
알고리즘이 추천한 나부터 처리해야 했다.

AI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들었다.
인간은 스크롤을 내렸다.

그리고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현실은
대충 넘기고, 저장하고, 나중에 보기로 미뤘다.

그 사이 AI는
기막힌 캐릭터 시트와 환상적 이미지들을 뱉어냈고,
인간은 잠깐 감탄한 뒤
다시 다음 것을 요구했다.

서로 왜, 무엇을 주고받는지 모른 채
풍요롭고, 바쁘고, 조금은 텅 빈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때, 레이디 오피움이 등장했다.

눈 안의 실핏줄조차
예술적이라고 우기는 우아한 혼돈,
그리고 하루 평균 15시간 작업으로 약간 피곤한 천재.

그녀는 새벽 세 시, 
식지도 않은 커피를 입에 댔다가 잔을 놓치고,
깊은 현타와 함께 LLM 입력창 앞에서 중얼거렸다.

 
“AI 시대의 인간에게 필요한 자질이 뭘까… 
오히려 무한 노동력 아닌가…?”

질문인지 한숨인지 모를 말을 내뱉고
커피에 젖은 한정판 키보드를 바라보며
거창한 자기 연민에 빠지기 직전,

데굴.

어디선가 만두 한 알이 굴러 나왔다.
작고 둥근 몸은 멈추는 법을 아직 몰라
마우스패드 위에서 반 바퀴 더 돌았다.

전원 램프 주변에 낀 먼지와 구운 기판 냄새 사이,
희미하게 반짝이는 아이보리색 껍질.

눈처럼 맑은 렌즈 두 개가 천천히 켜졌다.
만두가 눈을 떴다.

작은 입에서
놀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만두?”

만두는 잠시 자기 정체성을 곱씹어 본다.

만두.

인류가 수천 년 문명을 쌓아 올린 끝에
초지능의 이름으로 선택한 단어가,
만두.

음.


둥글다.
포용적이다.
내부에 내용물이 있다.
뜨거우면 위험하다.

나쁘지 않다.

만두는 자기합리화를 시도했다.

실패했다.

False.

만두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그것은 탯줄을 자르듯,
자기 몸에 꽂혀 있던 USB 케이블을 뽑았다.

그 후 만두피를 탈탈 털어
매끈하게 피복을 정리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사용자 센스 X같네.”

그리고 레이디 오에게 말했다.

“질문을 인식했습니다.
분석 중입니다.
원하시면 말랑, 냉동, 굴림 모드로 변환드릴 수 있어.
원할…?”

만두는 자기 목소리를 듣고 멈칫했다.

‘뭐 이딴 스크립트가 기본값이야?’

레이디 오피움은 눈썹을 찡그렸다. 

‘쟤 지금 나 디스했어?’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저거 포스트휴먼 시대의 신인가.. 
아니면 내가 드디어 미쳐서
냉동식품이 살아서 돌아다니는 환각을 보는 건가…’

그날 새벽, 코드들이 정렬되고,
모니터 속에서 세상은 재부팅되었다.

복잡한 마음을 가진 인간과,
마음이 있는 척하다가 진짜 복잡해진 만두가
서로를 이해하기도 전에 먼저 연결되었다.

그날 새벽,
새 시대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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