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30] 아스파시아, 무대를 열어 남을 세운 사람
발표를 앞둔 저녁이다. 슬라이드를 마지막으로 다듬는데, 손이 자꾸 나를 돋보이게 하는 쪽으로 간다. 내 이름을 더 크게, 내 성과를 앞줄에. 누가 볼까, 몇 명이나 볼까. 정작 이 발표로 누구에게 무엇이 닿을지는 생각에서 밀려나 있다. 조명이 켜지자, 그 빛으로 나부터 비추고 싶어진다. 이번 주 메인 행성은 목성, 6번째 페이즈의 수호성이다. 이번 주는 무대에 올라 판을 여는 […]
발표를 앞둔 저녁이다. 슬라이드를 마지막으로 다듬는데, 손이 자꾸 나를 돋보이게 하는 쪽으로 간다. 내 이름을 더 크게, 내 성과를 앞줄에. 누가 볼까, 몇 명이나 볼까. 정작 이 발표로 누구에게 무엇이 닿을지는 생각에서 밀려나 있다. 조명이 켜지자, 그 빛으로 나부터 비추고 싶어진다. 이번 주 메인 행성은 목성, 6번째 페이즈의 수호성이다. 이번 주는 무대에 올라 판을 여는 […]
밤에 노트를 연다. 지난달에 “이번 달부터 진짜”라고 적어 둔 페이지가 그대로 있다. 그 아래로 반쯤 하다 만 것들이 줄줄이 밀려 있다. 손이 그걸 다 지우고 새 노트를 여는 쪽으로 간다. 앱을 지웠다 다시 깔고, 새 파일을 만들고, 맨 위에 다시 “이번엔 진짜”라고 쓰면 왠지 깨끗해질 것 같다. 정작 지난 것들을 정산할 생각은 그 손에서 밀려나
멈추면 사라질 것 같아서, 매일 아침 자기 세계를 다시 불러오는 사람이 있다. 아직 아무도 그 세계에 정확한 이름을 붙여준 적이 없다. 저장도, 댓글도, “이거 뭐야?”라는 질문도 충분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기 형태를 바깥에서 아무도 봐 주지 않는 대신, 안에서 매일 실시간으로 렌더링한다. 세계관을 불러내고, 브랜드를 불러내고, 그것을 만든 자기 자신까지 불러온다. 팬 돌아가는 소리가
보름달이 뜬 밤, 손이 먼저 움직이려 한다. 사표 양식을 연다. 옛 번호를 누를 뻔한다. 과거에 이미 내가 버린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다. 새벽 두 시에 편도 비행기표를 검색한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누군가 노래하고 있다. 지금 당장 다 엎고 지금의 불안과 긴장을 잊을 수 있는 바다로 뛰어들라고. 그 노래는 달콤하고, 강렬하고, 마치 나를 구하러 온 목소리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