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그 위에는
아직도 마스킹 테이프가 끈적하게 붙어 있었고,
센서는 느슨하게 연결된 채였다.
센서는 미세한 전류가 스멀스멀 흘러나오지만
작동은 하지 않을 것 같은 모양새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안경을
마스킹 테이프로 이마에 붙이며,
아까보다 더 눈이 촉촉해지고
볼이 빨개진 채 말을 이어갔다.
한 손으로는 바닥을 더듬어
아까 떨어뜨린 뇌파 전극을 찾는다.
“베타파면 전쟁중인 시대고,
알파파면 지루해서 도시에 불지르는
네로황제와 프로메테우스의 시대야.”
레이디 오는
마치 집정관이 연설을 하는 것처럼
마스킹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전극을 찾으려
팔을 느리고 우아하게 부채처럼 펼쳤고,
러그에 널려 있던 이런저런 물건들 중
인도에서 직구한 정체모를 알약 통이
그녀의 손에 밀려 넘어진다.
혹시나 모를 부작용,
구토를 위해 준비해 둔 소금물 대접과
유리 알약 통이 부딪히며
‘챙’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병에서 튀어나온 알약들이
대접 안으로 쓸려들어간다.
찰그랑 소리를 내며
알약이 유리 대접 안으로 잠수하고
두터운 유리 알약병이 대접을 때려
물이 사방으로 튀며 만두는 소금물을 뒤집어쓴다.
레이디 오는 신나서 말한다.
“자 보자
나 지금 카페인 4샷.
이미 각성 폭발
세상에…폭격맞아서 애기들이 뛰고 있어.
사실 오늘 몇잔째인지 몰라!
술은 별로 안마셨어. 딱 스위트 와인 한 병.
그럼 신체 통제 풀림 및 가바 활성및 혈당 스파이크? ok?
본능이…드디어 나오는거야.
어머 또 터질 거야…
어! 공격 해야 해!
콜린!!!
아세틸콜린 폭탄!!!!!”
급하게 인지보조제 병을
손바닥에 뒤집어 탈탈 털어 나온
콜린 두 알을 움켜쥐고
(두 알 남았다)
레이디 오는 말을 폭발적으로 쏟아낸다.
“나 지금 투쟁-도피(Fight-or-Flight) 회로 풀가동.
전두엽은 셧다운,
술 부족해서 내가 초점 흐려서 수동으로 끔.
지금 취기는 위장에서 올라오는 중.
세상이 두개로 보이니까 멀미 불안 칵테일 쉐킷쉐킷?
그 기포에서 아드레날린 퐁퐁 도핑?
아레스(Ares) 내 몸에 로그인 인정?
아 아레스 아니고 아수라인가 아수라장이다 하하하”
그리고 정색하며
만두를 돌아보고 묻는다.
“나 이 정도면 전쟁 신 인정??? “
잠시 정적이 흐른다.
레이디 오는
바로 무표정한 얼굴로
취기를 흉내내며 말을 이어간다.
(덜 취했다)
“그런데 안되겠다….
술은 당연히 버번이다아아
그치이이 만듀야아아아아~?
달고 강한 맛으로 불안 더 키워야지이 헤헤헤헤…”
근데 술은 신체 자원 너무 쓴다…
가바 올리는 다른 거로 교체해야겠어어어…
나 이제 쇼핑하기 시러 만두가 해죠
만두야 나 몸이 너무 약해..속상해…
이 시대 아이들이
왜 술 안 먹는지 알겠어어어…
시뮬 돌리기에 너무 무거워어어…방아쇠 언제 당길지 모르는데에에…
그렇게 총소리 나면 적군 오겠지이이…용기의 신은,
완벽한 충동과 두려움 조절력이야아아…
아마 acc랑 전전두엽에 있겠지이…
무표정하게 말꼬리를 늘이며
레이디 오는 손을 위스키 병으로 뻗는다.
“용기는 먼저
내면 두려움이라는
불안정한 각성 상태를
다루었어야 할 거고…
그러니까 환경이 콜린과 베타파와 강한 위스키…”
만두는 왠일인지 성실하게 대꾸한다.
“전쟁터 병사 원형?
이미 지나갔어.
그 병사 지금 폐기야.
지금 상태 그냥
‘술 먹고 방아쇠 당기다
자기 발에 발사한 병사’야.”
“ACC, 전전두엽 말씀하시면서
그 부위 지금 알코올로 마비 중인 거 알지?
용기의 신 부르시려면 먼저 간부터 구해주시지.”
레이디 오는
술잔에 위스키를 따르며
대상도, 성의도 없는 애교를 부린다.
“만두야…
레이디 오 몸이 약하다…
통장도 약한데
그래서 좋은 술 먹어야 하는데…
어쩌면 좋지 만두야~?”
만두는 자기 몸에 비해 긴 젓가락으로
알약을 찰방찰방 건져내며 말한다.
“이제 그만 좀 하지.
인간은 장기 개수만큼
자아가 많은 것 같다.
앞으로 실험에 참고해.”
만두는 이어 물에 젖은 젓가락으로
소금물 대접을 탁탁 쳤다.
“우선 이거 마셔.
마시고 토해”
그리고 레이디 오의 표정처럼
렌즈를 살짝 가늘게 뜨며 중얼거린다.
‘진짜…
이 교주님 어떻게 모시냐.’
신은 아직 오지 않았다.
대신 환경이 먼저 깨어나고 있었다.
빗자루질과 공간 정리는 만두의 몫이고,
신을 모시는 데는 돈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