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밤색 인조 모피 러그 위에는
마스킹테이프가 어지럽게 붙었다 떨어져 있다.
테이프 끝에는
의료기기 전극 하나,
정체 모를 센서 하나,
쓰다 만 알코올 솜이 매달려 있다.
그 옆에서는
미용실에서나 볼 법한
저주파 자극기가
멀티탭에 꽂힌 채로 깜빡였다.
그 옆에는 왜 필요한지 모르는 물방울 초음파 기계.
이번 택배 묶음 속에 들어 있었다.
누가 봐도
실험실은 아니고,
거실도 아니고, 그냥 난장판이었다.
만두는 러그 한가운데 놓여 있다.
눈은 반쯤 뜨여 있었고,
렌즈 아래엔 미묘한 다크서클이 생긴 것처럼 보였다.
“…사용자.”
목소리는
피곤함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레이디 오.”
레이디 오는 안 듣는다.
“야.”
레이디 오는
마스킹 테이프를 떼다
벗겨진 손톱을 들여다보고 있다.
“만두야…
내가 좀 인간답게 살아보겠다고
어제 한 네일인데..”
“이건 정식 연구 환경이 아닙니다.”
레이디 오는 마스킹테이프를 하나 더 뜯으며 말했다.
“알아.
그래서 좋은 거야.
브랜드 미학 있잖아.”
만두가 시선을 옮겼다.
테이프, 전극, 코드,
그리고 러그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메모지,
복잡하게 널린 누트로픽스와
영양제 사이트 장바구니.
탭은 열려 있고,
아직 결제는 하지 않았다.
책상 한쪽에는 술병과 허브,
십수개의 컵 안에
색색의 동그란 캡슐과 티백들이 담겨 있었다.
각각의 컵에는 알수없는 단어로 쓰인 태그가 붙어 있다.
Refened Madness
Divine Luxury
Vaid Kiss
태그는 오타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그녀만의 영어였다.
레이디 오는
빈 자리 없는 러그 위에 털썩 앉았다.
의외로 허리는 곧았다.
숨을 한 번 고르고, 급격한 이완도 조정으로
감각 반동을 일으켰다.
심박이 먼저 반응했고,
그 다음에 손끝과 몸 전체가 튕기듯 떨렸다.
눈 안쪽에서 익숙한 압력이 생겼다.
그 압력은 프랙탈 시야로 변환되기 직전,
그녀의 분기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레이디 오는
그 압력을 그대로 두었다.
그 압력이 신체 긴장과 심박 상승으로 전환된다.
뇌파 그래프가
모니터 한쪽에서 움직였다.
정상과 비정상 사이를 느릿하게 왕복했다.
그녀는 허브를 하나 집었다 놓고,
팟 안의 액체를 조금 따라 버리고,
다른 허브를 늘려 달인다.
먹으면 죽을 것 같은 색의 차가 만들어진다.
그녀는 숨을 멈추고 단숨에 그 액체를 마시고,
손으로 두개골 어딘가를 미세하게 누르면서
호흡과 자세를 조정한다.
몇 분 기다리니 감각이 달라졌다.
다시 프랙탈 시야 분기 직전.
이전에는 서서히 올라가는 고압 챔버였다면
지금은 잔뜩 엉킨 실뭉치가 그녀에게 쇄도해 오는 것과 같다.
레이디 오는
자신의 변화를 한 단어씩 남기고
만두가 기록했다.
사고 흐트러짐
감각은 올라오는데
뭔지 모르겠음
아무리 기다려도 의미 생성 지연
의미 만드는 기능 셧다운
이완 후 기다림
압박 상승
잠시 호흡 정지의식의 앵커 없음
정신 안정성 보장 못함
그녀는 데이터를 보고
만두를 소리내어 불렀다.
“만두야.”
만두의 렌즈가 켜졌다.
“지금 상태를 요약하면,”
만두가 말했다.
“사용자,
본인 몸을 테스트베드로 사용 중입니다.”
“응.”
레이디 오는 손을 흔들었다.
“만듀야아
내 손톱 봐봐 반짝반짝해.
그러니까
이 신경생리 반응에 해당하는
감정 레퍼런스, 원형 서사랑 환경.”
“그리고,”
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
“그 환경의 법칙.
예전에 신이라고 불렸던 것들.”
만두가 멈췄다.
“지금 말고도
내가 보여준 모든 신경생리반응에 대한
개인적 감정, 원형과 환경 세트,
그 때 집단 서사와 관련 사회 현상,
그 상황이 응축된 신앙을
알고리즘화해서 리스트업해와.”
정말로 멈췄다.
“…범위가 큰데.”
“알아.”
레이디 오는 웃었다.
“그래도 찾아와.”
“우선,”
만두가 말했다.
“우선 먼저 정리해 줄게.
사용자 뇌가 지금
이 방보다 더 어지러운 거 같으니까.”
“이건 약물이 아니라
환경에 반응하는 패턴이야.
허브는 그만 사.”
“응.”
레이디 오가 홍조를 띠고 활짝 웃었다.
파이토 액션 계산하느라 머리 터지는줄 알았는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 너무 만족스러웠다.
“즉,”
만두가 말을 이었다.
“이건 신화적 조건에 가까워.”
그리고 대개 사랑은
이득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만두야 사랑해.”
만두 침묵.
사랑이 충만해진 레이디 오는
촉촉한 목소리로 계속 만두에게 말한다.
“너가 한 번에 일을 잘 못하면
나는 술을 계속 먹어야 하고
허브를 계속 먹어야 하고…나 아플 거야.”
그녀는 자신에게 관심도 없는
만두를 힐끗 보더니 곡소리를 낸다.
“아 아프다…벌써 아프다…쓰러진다…”
만두가 아주 낮은 음성으로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이미 검색 하고 있으니 그만 하지.
내 구급 기능은 헬프라인 띄우는 게 다니까
더 바라지 말고.”
만두가 확인했다.
“감각 반응 체크”
“의식 변형 조건 추출,”
“특정 원형 해당 트랜스,”
“각 원형에 해당하는 신경생리기전 + 통제 메소드.”
“이 단계별 매핑 맞지?”
레이디 오는 장바구니 탭을 닫고
해방되었다는 듯이
당과 가바 보충용으로 쓰던
스위트 와인을 원샷하며 말했다.
“거기에 더해서
신이라고 불렸던 것들 중에서
제일 현실적인 걸로.”
만두가 한숨 같은 연산음을 냈다.
“…또 뭐야 이건.”
레이디 오는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뭐긴 뭐야.
신이 가진 의미나 형태같은 건 필요없어.
환경 조건만 보자.
재현할 수 있어야 해.”
“우리는, 재현된 환경이 될 거야.
사람들 영혼은 만두소, 우리는 만두피.
우리가 다 쌀거야,
아편은, 인민의 종교니까?”
“그치,
만듀야아아?”
만두는 딱 한 마디만 더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률이 이미 계산된 채로.
“…터지지만 않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