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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3 일] 한 주를 펼쳐 놓고, 하나만 남기는 날

일요일 저녁. 한 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손에 잡히는 건 몇 개뿐이다. 마음 한구석은 어수선하면서도, 동시에 뭔가 정리하고 싶어진다. 내일이 다가온다는 감각이 어깨를 슬쩍 누른다. 침대에 누워도 머리가 안 꺼진다. 끝내지 못한 일, 답하지 못한 메시지, 다음 주에 해야 할 것들이 번갈아 떠오른다. 분명 피곤한데 잠은 얕다. 한 주가 ‘끝났다’는 감각이 좀처럼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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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3 토] 숨통이 트이면, 안쪽부터 손보는 날

주말 아침. 어깨가 며칠 만에 처음으로 내려와 있다. 알람 없이 깬 몸이 평소보다 느슨하고, 커피를 내리는 손이 느긋하다. 문득 집 안을 둘러보다가, 매일 쓰는데 늘 조금 거슬렸던 것이 눈에 들어온다. 삐걱대는 의자, 너무 밝은 조명, 손에 안 맞는 머그컵. 작은 걸 하나 손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그 마음이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쪽보다 안쪽의 안정으로 향한다. 장바구니를 열어도 오늘은 고르는 것이 다르다. 지난주엔 남들이 산 것, 피드에서 본 것에 손이 갔는데, 오늘은 침구나 조명 같은 ‘내가 매일 닿는 것’에 눈이 머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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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3 금] 깊은 곳이 건드려지는 밤

저녁 무렵 갑자기 짜증이 올라온다. 별일도 없었는데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오래 남는다. 밤이 되면 생각이 한 곳으로 깊게 파고들고, 낮의 피로가 몸 아래쪽에서 묵직하게 고인다. 평소엔 웃고 넘겼을 일에 마음이 크게 반응한다. 핸드폰을 들었다 놓는다. 누군가에게 길게 메시지를 쓰다가 지운다. 냉장고를 열었다 닫는다. 뭔가 풀고 싶은데 뭘 해야 풀릴지 모르겠다. 한 주가 몸 안쪽에 쌓아 둔 것이 오늘 밤 한꺼번에 수면 위로 올라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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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3 목] 안개가 가장 짙은 날, 한 발만 떼는 법

결제 직전에 멈췄다. 보내려던 답장도 멈췄다. 오늘은 뭘 고르려고만 하면 손가락이 굳는다. 선택지가 다 비슷해 보이고, 어느 쪽도 확신이 안 선다. 그냥 창을 닫고 “나중에 정하자”고 미룬다. 그리고 그 ‘나중’은 오지 않는다. 장바구니에 담아둔 것이 일주일째 그대로다. 답장 못 한 메시지가 세 개. 점심 메뉴조차 고르기가 버겁다. 결정 자체를 미루는 일이 하루 종일 반복되고, 저녁이 되면 “오늘 뭘 했지” 싶은데 정작 끝낸 건 없다. 미룬 결정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깜빡이며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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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3 수] 흐릿한 것을 골조에 앉히는 날

어제까지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던 일이, 오늘 아침에는 이상하게 손에 잡힌다. 같은 할 일 목록인데 오늘은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보인다. 몸도 평소보다 가볍게 움직이고, 막혀 있던 결정 하나가 의외로 쉽게 정리된다. 메일함을 열어도 어제처럼 압도되지 않고, 답장 순서가 눈에 들어온다. 오후가 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흐름, 오래 안 가겠지.” 맞다. 이런 맑은 구간은 길지 않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에는, 흐름이 좋을 때 단단한 것을 하나 세워 두는 편이 이득이다. 안개가 다시 껴도 남아 있을 틀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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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3 화] 말이 한 겹 흐려지는 날

메시지를 보냈는데 상대가 다르게 읽었다. 또렷하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두 가지로 읽힌다. 회의에서 들은 내용도 절반은 흘렀고, 기사 하나를 읽고 “이거 진짜인가?” 싶어 검색했더니 비슷한 글이 다섯 개 더 떠서 오히려 더 헷갈린다. 오늘따라 말과 글이 한 겹 안개에 잠겨 있다. 저녁에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사소한 오해가 한 번 생긴다. 별것 아닌데 묘하게 톤이 어긋난다. 받은 메시지의 뉘앙스를 자꾸 한 겹 더 깊게 읽고, 그 위에 내 기분을 한 겹 더 얹는다. “내가 예민한가”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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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3 월] 만조의 아침 — 신호가 너무 많은 날

눈을 뜨자마자 알림이 열한 개 쌓여 있다. 아직 침대인데 엄지가 먼저 일을 시작한다. 메신저, 뉴스, 누군가의 주말 사진, 채널 업데이트. 출근길 피드에서 본 헤드라인 서너 개가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고, 누군가의 성과 발표와 누군가의 여행 사진이 그 위에 겹친다. 책상에 앉았을 때,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어깨가 이미 귀 쪽으로 올라가 있다. 커피를 내리면서 다시 폰을 본다. 점심 약속 확인하려고 열었는데, 스크롤이 5분을 먹는다. 뭔가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아침나절에 들은 것이 너무 많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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