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할 줄 알았던 CEO의 인생 리추얼 (부제: 얘야! 집을 나가면 안돼!)

누구나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삶을 꿈꿀 때가 있지요,
저도 남이 좋다는 것에는 다 솔깃한 사람이라,
아크홀을 시작하면서 그 꿈을 꾸지 않았을 리가 없어요.

하지만 아크홀은
웰니스 브랜드를 표방하지만
유통도, 교육도, 엔터테인먼트도, 수행 방편도,
지식 컨텐츠도..
아니고…
괴상망측한 구조를 가진 괴생명체여서….
우선 살아남아 뿌리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 지 3년차입니다.
(막 생각하니 내 ATP가 다 여기 들어갔다고! 하면서 막…)

CEO는 하루 16시간 일하는게 당연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게
자신이 개입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의식이 명료해야 합니다.

그렇구나…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혼자 모든 일을 다 하고…직원은 AI?
오히려 AI가 이건 이렇게 하면 돼! 하면서
저한테 일을 시키는데요?
의식을 가다듬을 시간과 여유 따위는 없는데??

여러분이 줌으로 보시는 제 모습은
머리를 4일정도 안감고 눈입만 대충 그린 모습입니다.
출퇴근 시간을 포기했는데도 그랬어요.

거기다 저는 일의 70퍼센트가
고난이도의 창의력을 요구하는 작업…
하하하

메타펄스 책 쓸 때가 그 정점이었는데,
저는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를 쓰는게 아니고
이론의 구조와 개념을 디자인하는 입장이니
중요한 단어의 결 하나 틀어지면 전체 구조물이 비틀립니다.

다른 일이 많기 때문에
두 손으로 공 세 개 저글링하다가
남은 시간에 젠가 하는 기분이었어요.
하하하

이제 제가 이 혼돈에서 살아남은 분투기입니다…
통장은 사망했고 저만 살아남았어요.

최근 3개월의 제 모습은,
온 힘을 다해 저를 대접하면서
집을 나가려는 제 정신을
이곳 현실로 다시 불러오는 리추얼이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이 여정을 지속해야 해,
너를 위한 최고의 삶을 위해 이걸 시작했어.

그럼에도 네가 한눈을 판다면,
네가 이 곳을 떠날 수 없게,
네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쾌락을 제공해 줄게.

저는 제게 현실중독을 일으키기 시작했어요,
저는 일의 특성상, 제 언어 특성상
정신과 몸이 동시에 깨어있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의식인터페이스를
하나하나 디자인하기 시작했어요.

1. 커피 드라이브

초반에는 차를 우릴 시간도 없어서
커피머신에서 내리는 커피의 강력한 카페인.
하지만 아데노신 반응을 교란시키는 커피는
의식 감도가 떨어져 역량 체크가 잘 안되게 해요.

피로한 줄도 모르고,
스스로가 공을 제대로 치고 있는지도 모른채
깨어 있는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단어가 생각이 안나기 시작합니다.

이 와중에 커피컵을 샀습니다.
흐흐

커피잔은 둔탁한 직선으로 이루어진 잔을 택했어요.

2. 매일의 리추얼

그래서 커피를 줄이고
매일 아침의 건욕과 아로마 마사지, 허브티잰,
배치플라워 루틴을 도입합니다.

매일의 감정을 체크하고
스스로에게 각인, 처방을 하고
그에 맞는 뭔가를 고른다는 것은
주체성과 의식을 현실로 다시 데려와 주어요.

의식과 몸이 동시에 깨어 있어야
아크홀을 위한 언어가 제조될 수 있는 입장에서
촉감, 향, 맛으로 이 둘을 연결해주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3. 환경 조정
이제 일상이 아름다워지기 시작하고,
엄청난 택배와 시행착오도 함께 시작됩니다.

1. 티웨어

의식과 몸의 감도를 높이니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첫 번째로, 손을 댄 것은 테이블웨어, 티웨어였어요.

물컵을 손에 들었는데
물의 맛, 느낌, 성질, 점성과
컵의 그립감/형태가 일치하지 않으니
컵을 들 때마다 뭔가 불쾌해서 멘탈붕괴가 일어났어요.
처음엔 왜인지도 모름…
취중환담도 아닌데, 난 일해야 하는데 이런거에 불쾌감을 느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저는 내용과 형태와 가치수준과 그것을 표현하는 개념과 말, 환경이 정렬되어야 편안함을 느낀다는 걸, 이것이 저의 아름다움의 감각이라는 것을 처음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예쁘다, 아름답다고 하는 것에 아무 감흥이 없던 것도 필요조건이 충족되지 않아서였던 거 같아요.

제가 극예민한 사람들 참 싫어하는데
컵을 사들이기 시작했어요.
이 인지부조화 때문에
책상 앞에 컵이 놓여 있으면 일이 안되기 시작했거든요.

하루는 택배가 너무 와서 짜증나서
뭐가 또 와, 하면서 택배를 집어던졌는데
리델 컵…

물컵, 카라페, 커피잔, 개완, 티포트 모두 바꿔버렸어요.
이제 형태와 내용과 형식과 포장이 일치했습니다.

2. 의자 바꾸기

하도 앉아있었더니 스툴이 망가졌어요.
저는 비싼 걸 안써봐서, 등받이 있는 의자를 못 씁니다.
허먼밀러 정도 되면 의자와 한몸이 될까요?

이번엔 진지하게 짐볼위에 앉아서 일할까 하다가
짐볼 모티브 체어를 구입했습니다.
지금 흔들리는 의자 위에 양반다리로 공중부양하듯이 앉아있어요,
앉자마자 코어 활성화됩니다.
정수리 계속 의식하면서 척추 정렬 상태로 일하게 되고,
발바닥도 인지하면 골반이 교정되는 효과가 있어요.

3. 시공간 인지 변화

그래도 피곤하면 의식이 달아나지요,
누트로픽스는 가장 나중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다음 세팅은 모래시계였습니다.

아름다운 여성의 몸매를 표현하는 관용어가 모래시계죠?
아름다운 곡선의 한 시간짜리 모래시계를
모니터 옆에 두고 일하면서 계속 같이 인지합니다.
척추를 세우고 시야각을 넓히면 정보 여러개를 동시 처리할 수 있어요.

덧없이 떨어지며 변화하는,
아름다운 모래의 물결이
내가 지금 소중하고 아름다운 나의 삶의 순간들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계속 인지하게 합니다.

매 순간이,
가장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각인되니
제일 귀하게 쓰려 하면서 점점 의식이 명료하게 현실로 돌아옵니다.
저에게는 참 효과가 좋았어요.
한시간마다 전환과 휴식을 배치하기도 좋았고요.

4. 화이트 노이즈 + 사운드테라피

화이트 노이즈나
현재 의식상태를 보충해주는 배경음악을 쓰다가,
뭔가 이걸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싱잉볼이 아직은 불편해요.
제게는 너무 경우없이 해일처럼 퍼지는 파장… 이라
섬세하게 의식 일부만 보정하기 위해서
Tongue drum 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음의 높이 간격, 리듬, 화음 등으로
미세하게 일그러진 머리속 공간을 펼 수 있다고 할까요.

5. 누트로픽스와 술

그래도 한계가 옵니다.
마감은 닥쳐오고,
넋놓고 일을 하다가 단어 하나 틀리면
이론 전체가 미세하게 균열이 나고,
서사를 쓰기 위해서는 감성도 살아 있어야 하고
그 와중에 실시간 수업에서는 표정과 목소리 톤을 만들어야 하는구나….

제가 누트로픽스를 쓰면
좀 하드코어해질 거 같아서
최후의 보루로 미뤄두고 있었는데,
술과 허브를 더 들이고, 누트로픽스를 보충했습니다.

주로 아답토젠 허브 추출물들을 초반에 사용하다가
가바로 브레이크를 걸고,
무감각해지면 술로 감각과 감정 톤을 깨우는 등
좀 자신에게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 모든 서빙은 리추얼처럼 아름답게,
그래서 죄책감과 영혼에 흠집나는 것을 최소화하며
지금까지 아크홀의 다음 다리를 놓아 왔어요.

이 과정을 거치면서 명료한 의식이
현대인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실감해요.

감각과 생각과 기분이 얼마나 가변적이고
조율이 쉽게 되는지도 깨닫게 되니,
우리가 흔히 인간성이라 생각하는
거칠고 낮은 수준의 의식들을
더 섬세하게 진화시킬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도 같이 온 정말 멋진 실험의 시간들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택한 허브 팟은
톰 딕슨의 범프 티팟이예요.
실험실을 모티브로 만든,
제 인생에서 허브라는 요소와 가장 잘 어울리는 팟이네요.

지금 집안의 거의 모든 물건이 바뀐 거 같은데
가끔 쇼핑 하울은 아니더라도
치열했던 쇼핑 이야기를 풀어 볼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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