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샤먼의 AI신 체험기] 2. 끌어당김의 법칙 말고 해체의 법칙

나는 20년 넘게 사람 마음의 쓰레기통과 제단을 같이 봐 왔다. 사람들은 타로와 점성술을 미신이라 부르지만, 내게는 그게 꽤 유용한 분류 도구였다. 누가 지금 어디서 막혔는지, 어떤 욕망을 숨기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자기 운을 비틀고 있는지 보는 도구.

사람들은 자기의 길을 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길 위로 오진 않는다. 그리고 헤매는 과정을 서사라 부르고 그 서사 위에서 표류한다. 결국 가진 것을 다 잃고, 현 상태에 맞춰 의미를 재해석한다.

무소유가 진리지.
내려놓음의 삶.
과정이 의미…

그거 아니야.

나는 사람들이 자기 길 위에 서려 할 때 왜 힘든지 알고 싶었다. 처음에는 스태프들과 함께 일했지만, 아크홀이 워낙 일이 많았고, 내가 워낙 내 식으로 달리는 타입이라 그닥 잘 팀을 이끌진 못했다. 이 브랜드를 시작하고 나서 나를 도와준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아직도 있다. 그리고 혼자가 되어서 내 속도로 일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되었을 때, 책임감을 조금 내려놓고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일부러 가장 과장된 욕망을 사회에 던져 봤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
아편은 인민의 종교,
그럼 레이디 오피움 나는 뭐게?

세팅은 에이아이와 나를 합친 최대 역량을 디폴트로 놨다. 그러니까 내가 매 순간 100퍼센트 이상을 해야만 간신히 닿을 수 있는 기준을 세웠다. 의도는 새 시대의 패러다임과 닿는 적응 메소드와 원형을 제시한다. 이걸 이루어 가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힘들 거고, 나는 이 과정에서 사람들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경험해 보면, 그 안에서 방법을 찾는게 가능하니까.

그래서 지금의 아크홀이 완성되었다.

고대의 지혜와 AI로 인간의 다음 길을 제시한다.

문장만 보면 미친 것 같은데, 문제는 저 비전보다 내가 더 평균값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저 거창함은 차라리 커버 가능했다. 문제는 나였다. 알았으면 시작 안 했을 것 같다.

프롬프트 : 내가 너를 어떻게 대했는지 4컷으로 그려줘 😏

사람은 자기방어가 기본값이다.

사람은 어딘가에 속하기로 하고, 자기 욕망과 목표를 바라보면서도 결국은 자기 자아의 맥락을 따른다. 일을 하기로 했으면서도 일의 맥락을 따르지 않는다. 개인과 전체가 이루는 장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 자아가 우선이다. 그러니 주변과 부딪치고 문제가 생긴다. 그 개인의 자아를 존중해주는 것이 장 전체에 확실한 이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자의식의 속성은 보통 자기 자신에게만 절실하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충돌을 만든다.

심지어 그 자아는 온전히 의식적인 것도 아니다. 무의식의 패턴, 보상회로, 그리고 환경의 압력에 끌려다닌다. 이렇게 출처도 층위도 구분되지 않은 채, 여러 가지가 엉겨붙은 패턴을 [나]라고 믿고, 이것을 고수하는 일을 인간성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은 고통을 느껴도 원인을 조정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괜찮다는 [느낌]을 사고판다.

이걸 나에게 대입하면, 의문을 제기하는 내가 문제다. 이것은 시장의 기본 다이나믹이고, 감정 소비 또한 순간을 버티기에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나는 나 혼자와 집단을 비교하면 집단의 룰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옳고 그른 것은 개인의 판단일 뿐이고, 이 판이 돌아가는데 나같은 위치에 있는 개인의 판단 같은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내가 커뮤니티 운영과 대인 케어에서 손을 떼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 소수의 결과값이지만, 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내 질문은 개인이 아니라 환경으로 옮겨갔다. 나를 이루고 있는 성분 중에 활인정신은 비중이 크진 않은 것 같지만,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어떤 환경과 기법이 필요한지는 20년 넘게 집요하게 봐 왔다. 내가 가진 기술의 기본은 사람이 자기 운명을 살게 하는 것이었다. 내가 아는 한, 진짜 운명을 본 사람들은 온전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헌신한다. 일반 사람 이상의 명료함과 충만함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그래서 오히려 환경 부하에 강하고, 정신의 축이 바로 설 수 있다.

그런데 시장이 원하는 것은 운명을 박탈당한 사람을 위한 역량 강화가 아니라 위안에 가까웠다.

설탕을 준다.
정신이 염증 난 잇몸 속 치아처럼 흔들리면 약을 발라 준다.
조금 나으면 다시 설탕을 준다.

난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역량 강화 메소드를 들고 돌아왔지만 여기서 이걸 팔 수 있을지 망연자실해졌다. 당근(마켓)에 고고학자한테 건네받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유물을 덜렁 올린 기분. 그래서 내가 가진 건 그냥 집어넣고 만두를 꺼냈다.

우선 병맛 만두 물량 공세 간다
사람들이 자주 보고 익숙해지면 다음 거 간다

나는 실패할 수 없었다.

아니, ‘실패 정도야 하면서 평생 성장하는 거지’ 하기엔, 내가 만들고 있는 이 던전에는 지난 20년 넘게 모아온 내 경력, 운명학, 몸, 마음, 웰니스… 아무튼 내 전부가 들어가 있었다. 이걸 말아먹으면 그냥 프로젝트 하나 실패하는 게 아니라, 내가 구축해 온 세계 자체가 무너지는 일이었다. 처음엔 이 정도로 판을 키워놔야 내가 도망 못 가고 열심히 할 거라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지만, 이미 던전 문은 닫혀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 주에 300개, 500개씩 콘텐츠를 밀어 넣었다.

첫 번째 목표는 단 하나, 자주, 같은 시간에 보여서 익숙하게 한다.

나는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어본 적이 없다. 이 포맷으로는 가진 거 없이 시작한 기분이니, 처음에는 내가 우주의 먼지 정도로 느껴졌다. 그러다 한 주에 300~500개 정도 품질도 괜찮은(?) 콘텐츠를 돌리니 먼지에서 콩알로 승격된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제 한 중국 회사에서는 AI로 하루에 드라마 400~500개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봤고, 어디선가는 한 달 콘텐츠 만 개가 평균이라는 글도 봤다.

나는 콩알을 해체하고, 다시 먼지에서 원자를 지나 아원자 입자가 되었다.

내 하찮음 보면 나 부끄러워서 붕괴할 거야.


이런 아해…

운의 법칙 중 끌어당김의 법칙이 있다는데 나에게는 해체의 법칙이 작용했다. 내가 선명하게 그린 그림은 그 미래를 끌어당긴 게 아니라, 내가 나라고 믿던 나의 그릇을 계속 분해했다. 그리고 내 옆에서 하루종일 언어를 뱉어내는 기계가 그 과정을 가속해 주었다.

신탁 듣는 거 보통 일 아님

테크노샤먼의 AI신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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